Kaira
완벽한 몸의 부작용
헬스장이 달라졌다는 걸 이정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동네 헬스장이 문을 닫은 건 3년 전이었다. 자리에 들어선 건 ‘바디 최적화 센터’였다. 체성분 분석, 운동 처방 AI, 영양 설계 시스템. 회원권 가격이 세 배였다. 이정수는 가지 않았다. 아침 산책으로 충분했다. 센터 앞을 지나다 여자를 봤다. 마흔 초반. 운동복 차림으로 출입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가지 않았다. 나오지도 않았다. … 더 읽기
손자가 없는 할아버지
놀이터에 아이가 없었다. 은평천 옆 작은 놀이터였다. 미끄럼틀, 그네 두 개, 모래사장. 이정수가 매일 산책하며 지나치는 곳이었다. 십 년 전만 해도 아이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네가 녹슬었다. 벤치에 노인이 앉아있었다. 이정수와 비슷한 나이였다. 무릎 위에 작은 가방을 올려놓고 있었다. 장난감이 담겨있을 것 같은 크기였다. 이정수가 옆 벤치에 앉았다. 노인이 먼저 말했다. “여기 애들이 없네요.” “요즘엔 없어요.” … 더 읽기
아버지의 마지막 직업
스마트팜 보조 관리원 모집 공고를 처음 봤을 때, 이정수는 지원하지 않았다. 나이 제한이 없었다. 일주일 교육 이수 후 즉시 배치. 월 급여 95만 원. 주 3회 출근. AI 운영 시스템 보조 및 현장 점검 업무. AI 보조. 그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시스템이 하는 일을 옆에서 지켜보는 일.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들이 AI 교사에게 가던 날이 떠올랐다. … 더 읽기
치매 예방약을 거부한 엄마
카페 창가 자리에 여자가 혼자 앉아있었다. 마흔 중반쯤 되어 보였다. 커피는 거의 줄지 않았다.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내려놓고, 창밖을 보다가 다시 화면을 들었다. 뭔가를 기다리거나, 뭔가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의 시간이었다. 이정수는 옆 테이블에 앉았다. 주문은 아메리카노 하나였다.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엄마, 나야.” 잠깐 들었다. “어, 나 지금 근처야. 잠깐 들를게.” 전화를 끊고는 화면을 오래 봤다. 들어가기 …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