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피소

7월 셋째 주, 서울 낮 최고 기온이 52도를 찍었다.

기상청 AI가 위험 단계 적색 경보를 발령한 건 오전 열한 시였다. 이정수의 AI 비서는 즉시 외출 자제 알림을 보냈다. 실외 체감 온도 57도. 20분 이상 직접 노출 시 열사병 위험. 냉방 취약 가구 긴급 대피소 안내 링크.

이정수는 링크를 열지 않았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전기 요금 알림이 바로 떴다. 이번 달 누진 구간 초과 예상. 탄소 요금 포함 청구 금액 예상치.

이정수는 에어컨 온도를 29도로 올렸다. 선풍기를 함께 켰다.


은평구 공공 냉방 대피소는 동네 초등학교 강당이었다.

학교는 3년 전에 폐교됐다. 학생 수가 기준 인원에 못 미쳤기 때문이었다. 이후 구청이 건물을 인수해 다목적 공간으로 운영했다. 여름에는 냉방 대피소, 겨울에는 난방 대피소.

이정수가 그날 오후 대피소를 찾은 건 강당 안에 전 동네 사람들이 모인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었다.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강당 안은 가득 찼다.

간이 침대, 접이 의자, 돗자리. 가족 단위, 노인 혼자, 아이 데리고 온 사람. 천장 에어컨이 쉬지 않고 돌아갔다. 온도는 서늘했다. 냄새는 그렇지 않았다.


구석에 부부가 있었다.

일흔 중반으로 보였다. 남자는 간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여자는 옆 의자에 앉아 종이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강당 안이 충분히 서늘한데도 손이 멈추지 않았다.

이정수가 가까이 가서 앉았다.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여기도 더우세요?”

“집이 답답해서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요. 남편이 심장이 안 좋아서 더위를 더 못 타요.”

남자가 눈을 떴다. 이정수를 봤다.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이정수도 숙였다.

“매년 이러세요?” 이정수가 물었다.

“삼 년 됐어요.” 여자가 말했다. “처음엔 부끄러웠어요. 대피소에 온다는 게. 근데 이제는.” 잠깐 멈췄다. “이제는 여기 아는 분들이 생겼어요. 매년 오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이름은 이말숙이었다. 일흔넷. 남편 강용태, 일흔여섯.

강용태는 예전에 건설 현장 일을 했다. 여름 내내 야외에서 일했던 몸이 이제는 여름을 견디지 못했다. 아이러니라고, 이말숙이 말했다. 그렇게 더위 속에서 일했던 사람이.

“아드님은요.”

“둘 있는데 바빠요.” 이말숙이 부채질을 계속했다. “우리가 여기 온다고 하면 에어컨 고장났냐고 물어봐요. 아니라고 하면 이해를 못 해요. 그 나이에 거기 왜 가냐고.”

이정수는 강당을 둘러봤다.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혼자 온 사람들은 각자 조용히 앉아있었다. 누군가는 자고, 누군가는 작은 화면을 보고, 누군가는 그냥 앉아있었다. 집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왔다.

시원해서가 아니었다. 아니, 시원한 게 이유이긴 했지만, 시원한 것만이 이유는 아닐 것이었다.


저녁 여섯 시, 대피소 운영이 종료됐다.

사람들이 하나씩 일어났다. 이말숙이 남편을 부축했다. 강용태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이 함께 걸어 나갔다. 느렸지만, 같은 속도였다.

이정수는 마지막으로 나왔다.

밖은 저녁이었는데도 여전히 뜨거웠다.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올라왔다. 그는 마스크를 고쳐 쓰고 걸었다.

매년 여름 이 강당이 열린다. 매년 같은 사람들이 온다. 아드님들은 왜 거기 가냐고 묻는다.

이정수는 그 질문의 답을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찾지 못했다.

📢 이 좋은 정보,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지인과 가족분들도 혜택을 놓치지 않게
지금 바로 이 소식을 전해 보세요!

Kaira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꿈꾸는 40대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입니다. AI·의료·사회 변화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2045년을 배경으로 한 근미래 단편소설 시리즈를 매일 한 편씩 연재합니다. 거창한 SF가 아닌, 지금 살아있는 50~60대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미래 이야기를 씁니다.

문의: ad.mp7296@gmail.co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