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장이 달라졌다는 걸 이정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동네 헬스장이 문을 닫은 건 3년 전이었다. 자리에 들어선 건 ‘바디 최적화 센터’였다. 체성분 분석, 운동 처방 AI, 영양 설계 시스템. 회원권 가격이 세 배였다. 이정수는 가지 않았다. 아침 산책으로 충분했다.
센터 앞을 지나다 여자를 봤다.
마흔 초반. 운동복 차림으로 출입문 앞에 서 있었다. 들어가지 않았다. 나오지도 않았다. 문 앞에 서 있었다.
이정수가 멈췄다.
“안 들어가세요?”
여자가 이정수를 봤다. “잠깐요.” 하고는 다시 문을 봤다.
잠깐이 삼 분이 됐다. 이정수는 그냥 옆에 섰다.
“들어가기 싫어요.” 여자가 말했다.
“그럼 안 들어가시면 되죠.”
“그게.” 여자가 긴 숨을 내쉬었다. “AI가 오늘 반드시 와야 한다고 설정해뒀어요. 안 가면 알림이 계속 와요.”
이름은 임수진이었다. 마흔셋. 프리랜서 디자이너.
리덕신이 단종된 이후, 그녀는 바디 최적화 프로그램으로 넘어갔다. 식단 AI, 운동 AI, 수면 AI. 세 개를 연동해서 하루 일정이 전부 몸 관리로 채워졌다.
“빠졌어요, 처음엔.” 임수진이 말했다. “삼 개월 만에 8킬로 감량. 체성분도 완벽하다고 나왔고. 건강검진 수치가 다 정상 범위로.”
“근데요.”
“근데 친구를 못 만나요.” 임수진이 말했다. “저녁 약속 잡으면 AI가 취침 시간 방해 경고를 보내요. 술 한 잔 하면 회복 프로토콜이 발동돼요. 다음 날 운동 강도가 올라가요.”
이정수는 들었다.
“몸은 좋아졌는데. 뭔가.” 임수진이 말을 찾았다. “제 삶이 아닌 것 같아요. AI가 설계한 하루를 제가 살고 있는 것 같고.”
“그 프로그램 끊으면 되지 않나요.” 이정수가 말했다.
“그게 무서워요.” 임수진이 솔직하게 말했다. “끊으면 다시 원래 몸으로 돌아갈 것 같아서요. AI가 없으면 제 의지만으로 안 될 것 같고.”
“원래 몸이 어때서요.”
임수진이 잠깐 이정수를 봤다.
“나쁘지 않았어요. 사실.” 그녀가 작게 말했다. “친구도 자주 만났고. 저녁에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재밌었어요. 지금은 그런 고민을 AI가 다 해요. 저는 그냥 먹기만 하면 돼요.”
결국 임수진은 들어갔다.
“안 가면 내일 강도가 더 올라가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웃었다. 웃음이 슬프지는 않았다. 익숙해진 사람의 웃음이었다.
이정수는 센터 유리창을 잠깐 봤다.
안에서 사람들이 기계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각자 이어폰을 꽂고, 화면을 보며. 같은 공간에 있는데 서로를 보지 않았다.
완벽한 몸.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포기한 것들이 있었다. 그 목록을 만들면 얼마나 길어질지, 이정수는 생각하다가 멈췄다.
자신의 몸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 아침 산책을 했고, 모르는 사람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걸로 오늘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