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밀리AI’ 서비스 광고가 버스 정류장마다 붙어있었다.
당신의 가족을 AI로. 매일 안부를, 매 순간 함께. 사진 세 장과 목소리 녹음 2분으로 시작하세요.
이정수는 광고를 볼 때마다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나쳤다. 매번 지나쳤는데, 어느 날은 광고 앞에 서서 전화번호를 오래 들여다보는 노인을 봤다.
노인은 광고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정수가 옆에 섰다.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팔십 가까이 되어 보였다. 작은 체구. 두꺼운 안경.
“저것 해보신 분 아세요?” 노인이 광고를 가리키며 물었다.
“모르겠어요.”
“저는 해볼까 생각 중인데.” 노인이 다시 광고를 봤다. “딸이 둘인데 다 외국에 있어요. 호주, 캐나다. 시간대가 달라서 통화도 힘들고.”
이름은 노순자였다. 일흔여덟.
딸들이 나간 건 십 년 전이었다. 처음엔 자주 연락했다. 이제는 한 달에 한두 번 영상통화. 명절에도 오지 않았다. 비행기가 비쌌다. 각자 사는 게 바빴다.
“이거 쓰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정수가 물었다.
“딸 목소리랑 사진으로 AI를 만들어요. 그게 매일 아침 안부 전화를 해준대요. 딸 목소리로.”
이정수는 광고를 봤다.
“진짜 딸 같은 느낌이 나요?”
“모르죠, 안 해봤으니까.” 노순자가 말했다. “그냥. 아침에 아무 소리도 없는 게 너무 오래됐어요.”
이정수는 노순자와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를 뽑아 마셨다.
무인 편의점이었다. 계산은 생체인증으로. 의자는 두 개뿐이었다. 두 사람이 앉았다.
“딸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그 서비스.” 이정수가 물었다.
“말 안 했어요.” 노순자가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말하면 또 걱정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이상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래요?” 노순자가 이정수를 봤다.
“혼자인 게 오래되면 목소리가 그리워지죠. 누구 목소리든.”
노순자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근데 가짜잖아요.”
이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제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봤던 오윤희가 생각났다. AI 가온에게 아들 얘기를 하다 울었다고 했다. 그게 가짜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해보세요.” 이정수가 말했다.
노순자가 이정수를 봤다.
“아침에 목소리 듣고 싶으시면요.” 이정수가 말했다. “그게 가짜든 아니든, 아침이 달라지면 하루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노순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렇게 생각하세요?”
“잘 모르겠어요.” 이정수가 말했다. “근데 판단할 수 있는 건 해보고 나서인 것 같아서요.”
편의점을 나오면서 노순자가 말했다.
“딸한테 먼저 물어봐야겠어요. 사진이랑 목소리 써도 되냐고.”
이정수는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노순자가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갔다. 광고 앞을 지나쳤다. 이번엔 멈추지 않았다.
이정수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자신의 아들 사진이 생각났다. 찍힌 지 오래된 사진. 아들은 사진을 잘 안 보냈다.